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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태양 <뮤직스페셜>



Round.1 | 태양의 데뷔



 
태양은 이상한 소년이다. 엔터테인먼트의 정중앙에 있는, 최정상 아이돌 그룹에 속한 채, 흔한 아이돌 이미지로부터는 조금 그늘 쪽으로 물러나 있다. 과연 이미지만 그런 게 아니라 태양은 아이돌에게서 굳이 바라지 않는 '진심'을 끝내 전달하고야 만다.
2008년 여름 발표된 '나만 바라봐'는 태양을 '빅뱅의 멤버'라는 사실로부터 따로 생각 할 필요가 '너무'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누구누구의 외국 진출이니 뭐니 하는 뉴스보다, 그가 이곳 무대에서 했던 노래와 춤과 호흡과 표정이 훨씬 앞서있고 생생해 보였다.그가 연출한 '좀 나쁜' 남자 캐릭터엔 빈틈이 없었다. 그런데 태양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쁜 남자의 이미지를 담고 있지만, 그런 걸 표현할 때 남자들의 숨길 수 없는 순진함 같은 게 있지 않나? 어떻게 보면 무대에서 나쁜 남자로 보이지 않도록 표현했다는 게 맞겠다." 근래 들어, 스타라 불리는 이들로부터 들은 말 중 가장 똑똑한 말이었다

Round.2 | 태양의 지금



말해 뭐 할까. 스타로서의 태양은 빅뱅의 멤버라는 사실에서 기초를 다지고 있다. 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지금 같은
여건 속에서 밀어 붙일 수 있는 건, 빅뱅의 멤버라는 것과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이런 절호의 찬스가 또 있을까?
일단 태양은 뭘 하든 환영 받을 준비가 된 관객과 마주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결코 그 테두리에 함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부터 좀더 태양다워진다는 점이 특별하다. 노심초자 전전긍긍 잘 팔릴까 안 팔릴까를 고민하는 건 그의 몫이 아닐지 모르지만,
100% 타당하게도 그는 좋은 음악과 완벽한 무대를 고민한다. 새롭게 발표된 'Where u at'의 뮤직비디오는 그가 스스로를 어떻게 단련시켰는지 보여주는 힌트다. 작년 '나만 바라봐'로 시작된 태양의 행진은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등 평단의 지지와 함께 더욱 굳건해진 터, 그는 지금 가수로서 거의 이상적이라 할 만큼이다. 그런데 지금 그의 갈증은 뭘까?

Round.3 | 태양 'Where u at'과 '웨딩드레스'

 

태양은 무대를 욕심낸다. 군대 가기 전까지 세계적인 무대에 꼭 서겠다는 것이 그의 구체적 야망의 일부다.
나만의 노래를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 그에겐 비단 노래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안무, 의상, 조명, 백댄서 등 모두가 함께 조화로워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한다. 테디와 공동 작곡한 디지털 싱글 'Where U at'은 공개되자마자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점쟁이가 아니라도 누구나 짐작했을 일이다. 문제는 그 진동이 어떤 파장을 이루느냐다. 태양은 이번에 디지털 싱글 몇 곡을 잇달아 발표한 뒤, 정식앨범을 출시하는 방식을 택했고, 그 첫 번째가 'Where U at'이다.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 미래의 짝을 상상하며 그리워하는 태양의 실제 상황과도 같은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는 보도자료 문구엔 좀 삭신이 오그라드는 경향이 있지만, 그만큼 솔직하게 진심을 표현했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의 품질이 '이슈'에 기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다음 싱글의 제목은 '웨딩드레스'라고 한다. 음, 무슨 일일까.

Round.4 | 태양의 미래


'어떻게 좋은 걸 잘 할까'를 고민하는....그래서 태양의 길은 좀더 버거운 게 아닐는지. 무대에 서는 자가 완벽함을 지향한다는 것은 언제나 박수 받을 일이다. 누군들 미완으로 무대에 서고 싶을까 만은, 대충 넘어가도 무리가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인 만큼, 태양에게 기대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의 완벽이다. 예를 들어 그는 '나만 바라 봐'를 할 때보다 라이브를 더 잘할 필요가 있다. 비음 섞인 보컬은 노래의 성격에 따라 극적인 효과를 얻기도 하고, 수정되어야 할 부분으로 들리기도 한다. '나만 바라 봐'처럼 탁월한 그루브에 실려가는 노래가 전자라면, 'Where U at'처럼 보컬이 앞서 나가는 노래는 후자에 속한다. 하지만 당장 무대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판단은 자연스레 유보된다 (태양은 딱 한 번 텔레비전 무대에 섰을 뿐,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가 꿈꾸는 것이 완벽한 순간이라면, 청자가 바라는 것 또한 다르지 않음을 알 일이다. 태양에겐 미치도록 멋진 무대를 보여줄 권리가 있다. 요즘 메이저 판에서 씨가 마른 듯한, 남자가 봐도 멋진 남자 가수의 무대 말이다.

Epilogue | 젊은 남자 가수에게 바라는 것


앞서 말햇듯이, 비슷한 면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젊은 남자 가수를 통해 지금 주류 대중음악 그리고 주류 엔터테인먼트 판을 슬쩍 들여다 봤다. 이승기와 태양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모두 각자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인기는 바위가 아니라서 늘 모양을 바꾸고 위치를 바꾼다. 두 가수가 철저히 지금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복된 일이지만, 마냥 그곳에 머물 수는 없다. 한편으론 참 단순한 일이기도 하다. '모르겠다, 나는 달릴 뿐이다' 라는 청년만의 에너지를 기대하는 것이니까. 홀로 서서 곱상한 노래를 부르든, 모자를 삐딱하게 고쳐쓰든, 젊은 남자 가수에게서 바라는 건 언제나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에너지니까.

구성 : 네이버 뮤직 글 : 장우철 (GQ KOREA 피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