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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전.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국문본. 〈전운치전 全雲致傳〉 등 여러 이본이 있다. 실재 인물인 전우치를 소재로 한 도술소설이다. 전우치는 중종 때의 인물로 도술에 능하고 시를 잘 지었는데 반역을 꾀한다 하여 1530년경 잡혀 죽었다고 한다. 도가의 이단사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자주 일컬어지고 전설의 주인공으로 부각된 것이 〈조야집요 朝野輯要〉·〈대동야승 大東野乘〉·〈어우야담 於于野談〉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나고 있다. 소설의 내용을 보면, 개성에 사는 전우치는 신기한 도술을 얻고 숨어 살았는데, 해적의 약탈과 흉년으로 백성들이 비참한 지경에 이르자 천상선관(天上仙官)으로 변신하여 왕에게 나타난다. 옥황상제의 명령이라면서 황금들보를 만들게 하고, 그 들보를 외국에 팔아 산 쌀 수만 섬으로 백성들을 구휼한다. 사실을 알게 된 임금이 크게 노하여 전우치를 잡아다가 국문(鞠問)한다. 이에 전우치는 도술로 맞서다가 왕에게 "나의 죄를 다스릴 정신으로 백성을 다스리라"고 충고하여 풀려난다. 그뒤 도술로써 선행을 베풀며 전국을 돌아다니고 도적의 무리를 다스리는 등 공을 세운다. 이를 시기한 간신이 역적의 누명을 씌워 처형당하게 되자 전우치는 마지막 소원이라며 그림 1장을 그리게 해달라고 한다. 왕이 이를 허락하자 산수화 속에 나귀 1마리를 그리더니 나귀를 타고 그림 속으로 사라진다. 그뒤 전우치는 자신을 모해한 자를 도술로 골려주고 장난을 치며 돌아다닌다. 과부를 짝사랑해 상사병이 든 친구를 위해 그 과부를 구름에 태워오다가 강림도령에게 질책을 당한다. 그뒤 화담 서경덕의 도학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화담의 도술에 굴복하고 제자가 되어 태백산에 들어가 도를 닦았다고 한다. 도술을 부리는 영웅을 내세워 잘못된 사회와 맞서게 했다는 점에서 〈홍길동전〉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도술을 장난으로 여기며 자기만족에 그친 면이 있어 〈홍길동전〉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나, 도술적인 행동묘사의 다양성과 정치부패의 고발이라는 점에서는 앞선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본 가운데에는 전우치의 도술을 습득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괴이한 상상을 보탠 것이 있다. 전우치가 어려서 여우 입 속에 든 구슬을 먹고 구미호에게서 천서(天書)를 빼앗아 도술을 익히게 되었다는 내용도 있고, 전우치가 전생에 손오공이었다는 내용도 있다. 한편 전우치가 중국에 가서 도적의 두목이 되어 조선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한다면서 중국 천자를 괴롭혔다는 이본도 있어 주목된다.


전우치(田禹治)  

생몰년 미상. 조선 중기의 기인·환술가(幻術家). ≪청장관전서 靑莊館全書≫의 〈한죽당필기 寒竹堂筆記〉에는, 
가정연간(嘉靖年間, 1522∼1566)에 역질을 도술로 예방하였다고 하며, ≪지봉유설 芝峯類說≫에는 본래 서울 출신의 선비로 환술과 기예에 능하고 귀신을 잘 부렸다고 한다.

또, ≪오산설림 五山說林≫에는, 죽은 전우치가 산 사람에게 ≪두공부시집 杜工部詩集≫을 빌려갔고, ≪어우야담 於于野談≫에는, 사술(邪術)로 백성을 현혹시켰다고 하여 신천옥(信川獄)에 갇혔는데, 옥사하자 태수가 가매장시켰고, 이를 뒤에 친척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니 시체는 없고 빈 관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는 곧 도교의 시해법(尸解法)과 상통한다. 또, 밥을 내뿜어 흰나비를 만들고 천도(天桃)를 따기 위하여 새끼줄을 타고 갔다는 설화 등은 우리 나라의 도가의 맥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참고문헌≫ 芝峯類說, 於于野談, 五山說林, 朝鮮道敎史


군담소설로서의 전우치전

 군담 소설(軍談小說)로서 전우치(田愚治)의 의로움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전우치전'은 조선시대에 실재(實在)하였던 전우치라는 인물의 생애를 소재로 하여 쓴 소설인데 작자는 미상이다. 전우치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담양 사람으로 낙중(落中)에서 선비로 행세하다가 나중에는 송도에 숨어 버렸다는 설(說)이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은 실재하였던 전우치를 주인공으로 하여 쓴 소설이지만 그 도술행각을 그린 내용이 대단히 비현실적이며 초인적이고 황당무계하다. 그러나 작자는 당시의 부패한 정치와 당쟁을 풍자하고 그것을 흥미 본위의 표현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품의 내용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전우치가 의협심을 발휘하여 지방 정치의 부패성을 시정하고, 백성의 곤궁한 생활을 구제하고자 자기의 도술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서화담을 따라 태백산에 도를 닦고자 들어갔다는 이야기이다.

 다분히 사회 혁명 사상을 고취하려고 기도(企圖)한 점 등에서 그 내용이 "홍길동전"의 그것과 매우 비슷한 데가 있다. 그래서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의 작자는 같은 사람인 허균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

 그 내용에 있어서 연대와 인물의 등장에 약간 통일성을 잃고 있는 경향이 있음은 이미 알아 둘 것이나, 전우치의 그 신묘한 도술과 가슴이 탁 트이도록 통쾌한 거사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뼉을 치고 쾌재를 부르게 하며, 그 저변을 흐르는 작자의 의도에 어느덧 머리를 끄덕이게 해 준다. 한국 고대소설 중에서 "홍길동전"과 함께 도술을 소재로 삼은 작품 중의 대표작이라고 불러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전우치전'의 주제 의식   

 '전우치전'은 이본(異本)에 따라 주제 의식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앞에 제시된 '신문관본'이 사회적인 성격을 가장 강하게 드러낸다. 주인공 전우치는 부정한 관리나 약한 자를 괴롭히는 무리들을 징벌하고, 가난하고 힘 없는 자들을 도와 주는 의로운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 현실의 모순된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우치가 비록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의로운 행동을 하고 지배 질서를 반역하는 영웅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이것이 사회 개조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로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다. 도술이 장난이나 자기 만족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본. 이본으로는 ‘ 뎐운치젼 ’ 으로 되어 있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일사문고(一 侶 文庫) 필사본(43장) · 경판본 1(17장) · 경판본 2(22장), ‘ 뎐우치젼 ’ 으로 되어 있는 1914년 신문관 ( 新文館 ) 발행 활자본(62면), 단국대학교 율곡도서관 나손문고(舊 金東旭 소장본) 필사본(31장)이 있다.

이들을 비교해 보면 세 가지 계통으로 되어 있다. 일사문고본 · 경판 17장본 · 경판 22장본이 같은 계통으로, 경판본 둘은 일사문고본의 축약에 해당한다. 신문관본은 후대에 출간되었으나 선행본이 있었으리라고 짐작되고, 오히려 일사문고 계통보다 고형으로 보인다. 김동욱본은 다음의 간단한 줄거리에서 드러나듯 위의 두 계열과는 전혀 다른 계통이다.

전우치는 실제 인물이었으며, 중종 때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문헌에 전하는 내용을 종합하면, 도술을 익히고 시를 잘 지었으며 나라에 반역을 꾀했다가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죽었다. 문헌에 전하는 전설에서는 전우치가 도술을 부렸다는 것과 함께 죽은 뒤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기본적인 내용으로 삼고 있다.

〈 전우치전 〉 은 이러한 전설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인데, 전설과는 달리 전우치가 나라에 반역죄를 지어 잡아죽이려고 했으나 도술로 탈출했다 한다. 특히, 일사문고본 계통에서는 전우치가 도술을 익히게 된 경위를 덧보태고 있고, 김동욱본은 〈 전우치전 〉 과 〈 홍길동전 〉 을 합쳐 놓은 것 같다.

신문관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도에 사는 전우치라는 사람은 신기한 도술을 얻었으나 재주를 숨기고 살았는데, 빈민의 처참한 처지를 보고 참을 수 없어서 천상 선관으로 가장, 임금에게 나타나 옥황상제의 명령이니 황금 들보를 만들어 바치라고 하였다.

그것을 팔아서 곡식을 장만해 빈민에게 나누어 주고 그 뜻을 널리 알렸다. 나라에서 잡아갔으나 쉽게 탈출하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횡포한 무리를 징벌하고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었다.

그러다가 자수를 하고 무관 말직을 얻어 도둑의 반란을 평정하는 공을 세웠으나, 역적의 혐의를 받자 다시 도망쳤다. 도술로 세상을 희롱하며 다니던 끝에 친한 벗을 위해 절부(節婦)를 훼절시키려다가 강림 도령에게 제지를 당하고, 서화담(徐花潭)에게 굴복해 서화담과 함께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게 되었다.

일사문고본은 전우치가 천상 선동으로 속계에 내려왔는데, 어려서 여우 입 속에 들어 있는 구슬을 먹고, 다시 구미호에게서 천서(天書)를 빼앗아 도술을 익히게 되었다고 하는 내용이 서두에 더 있다. 그 밖의 내용은 대체로 같은데, 도술이 기이하다는 데 관심을 갖게 한다.

김동욱본에서는 전생에 손오공이었던 전우치가 강릉 지방 관노의 아들로 태어나 자기 가문의 지위를 높이는 한편, 중국에 가서 활인동 도적의 두목이 되어 중국 천자가 조선을 업신여길 수 없도록 하고, 마침내 연나라 임금이 된다.

〈 전우치전 〉 은 실제 인물의 내력이 전설을 거쳐 소설화된 좋은 예다.

조선 왕조의 지배 질서에 반역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려서 주목된다. 전우치가 천상 선관으로 가장해 임금으로 하여금 황금 들보를 바치도록 하는 대목은, 어느 이본에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으로 왕조의 권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도술은 사회적인 규제와 규범을 쉽사리 어기며 가치를 역전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전우치가 빈천한 사람들을 옹호하며 사회 개조를 요구했는가 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도술을 장난으로 여기며 자기만족을 하는 데 그치는 일면이 작품에 나타나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 朝鮮小說史(金台俊, 朝鮮語文學會, 1933), 李朝時代小說論(金起東, 精硏社, 1959), 韓國古典小說硏究(金起東, 敎學社, 1981), 전우치전(趙東一, 詩人社, 1983), 洪吉童傳과 田禹治傳의 比較考察(金一烈, 語文學 30, 1974), 고소설과 정치-전우치전의 경우를 중심으로(趙東一, 世界의 文學 13, 1974), 田雲致傳硏究 1 · 2(林哲鎬, 연세어문학9 · 10합집, 11집, 1977 · 1978), 전우치전과 전우치설화(朴逸勇, 국어국문학 92, 1984).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