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hibition

내 귀에 매미 - 오토튠

오토매틱으로 음악계를 병들게 할 그대는 오토튠

음악계는 지금 그 어떤 공해나 오염에 필적하는, 혹은 이를 능가하는 왜곡된 음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가수의 노래를 듣든, 일본인이 부르는 노래를 듣든, 우리나라 가수의 곡을 듣든 언어의 다름, 음의 높낮이 차이 정도만 존재할 뿐 누가 불러도 청취자들에게는 다 한결같은 소리로 전달된다. 음정 보정 기구로 널리 쓰이는 '오토튠(auto-tune)'이 이뤄낸 세계화의 숭고한 업적으로 팝 음악계는 물론 한국의 대중음악마저도 끙끙거리며 힘든 투병 생활을 벌이는 중이다. 그것은 어떤 돌림병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온 지구를 뒤덮고 있다.

오토튠의 남발을 심각한 질환으로 여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음악팬 중 대다수는 '왜? 색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잖아?', '글쎄요, 요즘 미국에서도 다들 이런 거 하잖아요. 유행을 받아들이는 게 어때서요?', 또는 '실제 목소리만으로는 조금 심심한데 새롭지 않아요?' 등의 의견을 말하며 이 현상을 자연스럽게, 가볍게 볼지도 모른다. 이것을 사용하면 독특하고 탄력 있는 노래가 만들어지니까 가수와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 너나 할 것 없이 풍조에 동참하는 것일 테다. 굳이 장점을 따진다면 그게 전부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쉴 새 없이 계속 튀어나오는 오토튠 장식의 노래들은 우리 음악계를 건강하게 살찌우는 데 하등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는 빨리 없애야 할 악재이며 신속하게 벗어나야 할 재앙에 다름없다.


애초 이 기구는 가수들이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녹음하고 나서 음정이 잘 안 맞는 부분을 고칠 때 사용하는 후(後) 보정의 도구였다. 뛰어난 가인이라고 소문난 이들도 이 프로그램, 기계에 의존한다고 고백할 만큼 일반인이 느끼는 '음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알게 모르게 일조해 온 훌륭한 도우미인 셈이다. 하지만, R&B 뮤지션 티페인(T-Pain)이 2005년 발표한 앨범 < Rappa Ternt Sanga >에서 이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신개념 보컬을 도입하고 난 뒤, 그가 큰 인기를 획득하면서부터 판도는 180도 바뀌어 그가 한 방법을 따르는 종자들이 현저하게 증가했다. 1970년대 수많은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과 일렉트로 펑크(electro funk) 뮤지션에 의해 간택되었던 보코더(vocoder)라든가 1980, 90년대 로저 트라웃먼(Roger Troutman)과 테디 라일리(Teddy Riley)가 주도해 음성 변조의 일대 변화를 불러일으킨 토크 박스(talk box)의 사용,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니예 웨스트가 샘플링 된 음성의 음조를 조정해 히트시킨 칩멍크(chipmunk) 효과도 이처럼 장기간 주류 음악에서 득세하지는 못했다. 오토튠 사용이 어찌나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는지 시작은 미미한 조력자였으나 지금은 창대해진 병균을 보는 듯하다. 그 끝을 빨리 봐야 할 시점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는 오토튠의 남발은 가벼운 음악 양산의 문제로 이어진다. 대체로 이 편집 및 효과 기술은 일렉트로니카나 힙합, 업 템포의 리듬 앤 블루스에 많이 쓰이는데 실험적인 곡보다는 춤추기에 좋은 노래에 밋밋함을 들어내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슈퍼 주니어가 최근 발표한 3집의 타이틀곡 '쏘리 쏘리', 나코(Naco)의 'Ma girl', MP3 플레이어 광고음악으로도 쓰였으며 탤런트 장근석이 불러 화제가 된 '터치홀릭', 빅뱅, 2NE1의 'Lollipop', 전진의 'Hey ya!' 등 오토튠을 활용한 댄스곡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서 맹위를 떨치는 오토튠이 들어간 흑인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아 춤출 때의 BGM으로 쓰이거나 클럽에서 몇 번 우려내면 끝날 지극히 소비지향적인 성질을 띤다. 모두 재미를 목적에 두었기 때문에 감동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오래도록 듣기에는 무리가 있는 하루살이 음악이다.

이미 이런 음악이 히트를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서 이후 계속 고만고만한 노래가 연달아 나올 게 볼 보듯 뻔하다. 두 번째 문제다. 티페인의 망령이 북미 대륙에서 솟아올라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 동쪽 반도의 땅에 착륙한 이래 그 영(靈)을 받아들인 가요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근래에는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쏘리 쏘리'가 1위를 차지한 이후 오토튠 첨가의 노래는 그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똑같은 모양의 감흥 없이 팔랑거리는 음악이 자가 번식으로 세를 넓히니 이게 균이 아니고 또 뭐란 말인가.

아직 끝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게 남았다. 그것의 사용이 증가할수록 입만 벙긋거리는 붕어 가수들이 비례해서 생겨날 것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단순히 왜곡이나 변형을 의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노래를 부르고 나서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오토튠을 이용해 음정을 다 조절하니 앨범을 듣고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가수가 음반을 내도 예능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기량을 검증할 것인가. 녹음실에 은닉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아무나 가수 시대'의 개막을 도운 일등 공신임이 틀림없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가수의 꿈을 간직하게 해주고 실현까지 시켜주니 참 고마운 존재다.

단순히 노래 못하는 사람의 궁여지책으로 봐서는 안 된다. 기계음으로 매만져진 탓에 인간미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아 노래를 듣는 의미가 아주 사라진 듯한 기분마저 든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듣는 게 감동과 설렘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음성에 대한 두근거림마저도 생성되지 않는다. 이렇게 오토튠으로 꽉 채워진 노래들은 거부하고픈 독감, 쾌락을 좇는 설레발처럼 느껴진다.

올해 2월에 열린 51회 < 그래미 시상식 >에서 인디 록 밴드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는 푸른 리본을 옷에 달아 음악계에서 오토튠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새 앨범 < The Blueprint 3 >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이지(Jay-Z)는 'D.O.A. (Death Of Auto-Tune)'로 오토튠의 확산을 막으려는 의지를 내보였다. 올해 7월 케이알에스원(KRS-One)은 동료 래퍼 벅샷(Buckshot)과 듀엣으로 부른 'Robot'에서 오토튠이 음악의 획일화를 부추기며 이것이 없으면 노래도 못 부르는 상황이 도래했음을 언급했다. 외국의 음악가들도 이 도구의 남용으로써 생기는 문제들을 절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인 전체가 자성하지 않는 이상 이것의 남발은 앞으로도 누그러지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재미만을 따르며 잘 들리는 노래를 선호하는 시대에 오토튠처럼 그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게끔 조력하는 프로그램도 없으니까 인기는 쉽게 식지 않으리라는 것이 현재 진단이다. 하지만, 만인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데에 대한 일말의 불편함도 느끼지 못한다면, 제 실력을 감추는 일을 무안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저 기술의 발달에 감사하며, 그리고 이러한 유행을 무한한 은혜로 여기며 투병 생활을 즐겨야 한다. 더 아플 준비는 되었는가?

* 음악 월간지 프라우드 2009년 5월호에 실린 글을 수정했습니다. 2009/08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아이돌에 점령된 가요프로를 볼때마다 귀가 아프거나 머리가 윙윙대는 이유가 왜일까? 의문이 들때가 있었는데.
아이돌들이 부르는 멜로디나 음성은 모두 오토튠으로 발라져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생각될 때가 있다.
시청하다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울땐 음소거하던가 볼륨을 1에 맞춰서 보긴 한다.     
잘쓰면 엣지있는 노래가 되는데 그러니 잘 좀 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