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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500일의 썸머 VS Cashback (스포일러)


영화 '500일의 썸머'
영화 '캐쉬백'
영화 '500일의 썸머'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호감을 느끼고 다가서고 사랑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부터 멀어지고 상처를 주고 헤어지는 흔한 이야기 같지만 사랑이 불가능한 조합? 사랑인지 아닌지 그게 흥미롭다.

카피라이터(카드문구)인 톰(조셉 고든-레빗)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 새로 입사한 썸머 핀(주이 데샤넬)을 보고 첫눈에 운명임을 믿어버린다. 그러나 VS 썸머는 사랑이나 운명을 믿지 않는 철벽녀.(진지한 관계는 싫다며 친구 사이라고 선까지 긋는 확고한 신념의 여자) 

영화는 톰과 썸머가 만나고 헤어진 상황을 500일 동안을 488일째에서 1일째로, 다시 290일째에서 11일째로 오가며 순서 없이 플래시 백으로 보여주는데, 산만하기보다는 궁금증과 재미를 더해준다. 뮤지컬과 인터뷰 형식은 물론 화면을 반으로 나누어 톰의 기대와 현실을 한꺼번에 보여주거나 톰의 절망적인 기분을 만화로 그려내는 애교도 부렸다. 

톰이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는 성장통을 통해 사랑이 운명이 아닌 우연일 뿐이라고 깨닫지만 오히려 
운명을 거부했던 썸머는 사랑이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후에 서로가 해후하는 장면에 톰이 썸머에게 "썸머, 정말 네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 라는 대사을 하는데 여기서 비춰진 톰의 마음이 마치 혹 너도 운명인 줄 알았던 그 사람에게 나처럼 상처받는 순간이 오질 않길 바라는 전 남자친구의 의리같은 진심이 보였다고 할까...
서로 의심할 여지 없이 침묵과 간헐적으로 오가는 대사를 통해 '왜 서로이지 못했을까'라는 애틋함이 한껏 담긴 
눈빛을 주고 받으며 정말 상징적인 그녀의 이름(썸머 핀) 그대로 톰의 여름(열정적인 사랑)은 그렇게 끝난다.

톰의 시점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된 사랑이야기가 영화 캐쉬백과 맞물렸다. 
'난 시련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내 시간을 팔고 돈을 번다'라는 캐쉬백의 단어를 인용해 상처를 겪고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남자 시선 그대로 풀고 있어 남자들을 위한 영화다.(반대로 이런 여자를 위한 영화가 뭐 있으려나..)캐쉬백이 조금 개인적인 묘사를 통해 환상적으로 그려져있다면 500일 썸머는 현실적인 위트(상대의 이름!)가 있다. 덧붙여 캐쉬백 감독이 사진가출신의 이력(정지된 화면과 각)이 녹아들어있다면 500일의 썸머엔 뮤직비디오 감독출신다운 모습(음악,뮤지컬)이 스며들어 있는 걸 비교해서 생각해 보는것도 재미였다.

두 영화도 그렇듯 여름이 끝나면 가을이오듯 성장통을 통해 톰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우연처럼 다시 찾아올거라는 걸 
깨우쳐주지만 그럴수록 사랑은 어렵게 혹은 무겁게 느껴지는건 왜인지...
우연한 사랑이란게 바람에 날린 낙엽이 내 옷에 붙는 확률처럼 서로가 사랑에 빠질 일들이 빈번하지 않을꺼라는 걸
알게되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오는 상실감을 경험하는 시간이 실연인거 같다. 이렇게 어렵게 또 시작한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빠지는 것은 정말 기적같은 것임에도 헤어짐이 언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기운빠지게 하기도 한다.  

굵은글씨는 서울 연합뉴스=한미희 기자 500일 썸머 기사를 참고한 부분)